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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차길진의 갓모닝] 530. 잊혀질 권리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6-09-20 | 419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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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20일| 차길진기자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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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잊혀질 권리가 있다. 하지만 PC와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잊혀지고 싶어도 잊혀질 수 없다. 특히 유명인이 되면 사소한 일이라도 인터넷 뉴스로 실시간 보도가 된다. 유명인의 경우 자동차 사고의 피해자라 할지라도 가해자보다 더 부각되어 선정적으로 보도되는 바람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때가 많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인터넷 뉴스를 관리한다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매체 수가 너무 많다. 여기에 개인 SNS에 올라오는 정보들까지 감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스마트폰과 PC, 인터넷만 있으면 그 어떤 정보라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잊혀질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얼마 전 나를 찾아온 A씨는 억울한 사건으로 고소를 당했다. 그는 죄가 없지만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무려 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3년 동안 저는 인터넷 사형을 당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신상이 털렸고, 가족과 친구들이 인터넷으로 제 사건을 접하고 연락을 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A씨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면 모든 게 원상회복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무죄판결 기사를 읽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터넷에는 여전히 3년 전 사건과 그의 이름이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다녔다. “그때 알았습니다. 3년 전 인터넷에 사건이 보도되는 순간 제 인생도 끝난 거란 걸 말입니다.” 

지금도 인터넷에 올라온 잘못된 정보 때문에 죽고 싶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다. 스마트폰과 SNS에 올라가는 몇 줄의 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큰 상처를 받고 있다. 최근 경찰에도 인터넷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고소가 폭주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사실을 입증하고 상대방을 무고죄로 처벌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현재 개인 SNS는 잘못된 글이 올라오면 이를 공적으로 삭제하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너무 미약하다. 20여 년 전 나도 인터넷으로 잘못된 소문에 휩쓸린 적이 있었다. 게시된 글만 지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를 읽은 사람들이 퍼서 나르는 바람에 모든 글을 내리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은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살 수 있다. 모든 일을 샅샅이 기억하고 산다면 그처럼 큰 고통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어렸을 때부터 체면과 염치,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면 더욱 그렇다. 인터넷에 자신을 비방하는 글들이 올라오거나 개인 SNS에 치욕적인 댓글이 달리는 일을 겪게 된다면 경우에 따라서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다.  

유명인들이 인터넷으로 겪어야 하는 유명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악플·찌라시·사실무근의 스캔들 기사들까지. 남들보다 돈도 많고, 유명하고, 잘 생기고, 예쁜 연예인일수록 사람들은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들을 향한 비뚤어진 심리가 익명을 보장받는 SNS를 통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비방 글이 되어 순식간에 전 세계로 뿌려지고 만다.


알 권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처벌을 받았거나 무죄가 확정된 일이라면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이 잊혀질 수 없는 거대한 데이터의 지옥처럼 변한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남의 불행이라고 방관하지 말고, 언젠가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잊혀질 권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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