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디아이] 내뱉은 말에 ‘잊힐 권리’?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7-06-10 | 292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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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성희 기자 csh@websmedia.co.kr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인터넷에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배제하고, 인터넷 상 자신의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로 잊혀질 권리(Right to forgotten), 망각의 권리(Right to oblivion), 삭제의 권리(Right to delete)를 모두 포함한다. 이 권리는 2010년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하 곤살레스가 10여 년 전 채무관련 소송 이력이 담긴 기사와 링크를 구글에서 발견해 ‘누구에게나 잊혀질 권리’가 있다는 점을 피력하며 공방전을 벌인 데서 부각됐다.  


재작년 한국고용정보원은 ‘5년 내 부상할 신직업’ 9개분야 50개를 선정했다. 그 중 인터넷 미디어 분야 신직업 중 하나에 ‘디지털 장의사’를 꼽았다. 이어 작년 1월에는 디지털 장의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신규 직군으로 인정 받은 바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포털 사이트나 SNS 상 온라인 기록을 삭제해주는 대행업무를 한다. 실제로 개인이 잊힐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대행해 주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물론 개인의 정보는 보호돼야 한다. 하지만, 과거에 저질렀던 악의적인 표현에도 ‘잊혀질’ 권리가 있을까?

요즘 한 온라인 커뮤니티 문의 게시판은 댓글을 포함한 게시글 삭제 요청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커뮤니티를 탈퇴 요청을 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는 과거에 올렸던 비방이나 허위 게시글들로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곳으로, SNS를 통해 해당 회원의 인증 내용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많았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3주기에도 해당 커뮤니티 회원이 개인 SNS를 통해 어묵으로 만든 세월호 리본을 올려 사회적인 비난을 일으킨 바 있다. 

영화 <나는 부정한다>는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와 그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미국 유대인 출신 역사학자를 둘러싼 재판을 소재로 한다. 영국법 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에 고소를 당한 역사학자는 스스로 자신이 무죄임을 밝혀야 했다. 이 영화는 역사 왜곡 문제를 떠나, 개인이 의견을 공표하는 ‘표현의 자유’가 포용하는 범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주한EU대표부가 개최한 ‘온라인 젠더기반 폭력 근절을 위한 전문가 워크숍’에 참석했던 양성평등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가 포용하는 범위가 무한대가 아님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게시글을 삭제하고 글쓴이의 흔적을 없애 ‘잊힐 권리’를 받게 된다고 해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잘못’ 표현했던 일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표현에 실수는 있을 수는 있으나 실수를 반복하거나 ‘가짜’ 사실을 유포하고, 그 표현으로 하여금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다. 또한, 타인을 비방하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했을 경우, 과거의 일이었다 하더라도 결코 용서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사회적으로 폭력이나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해 민주주의 사회의 유지를 파괴하는 표현에는 자유와 함께 잊힐 권리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엎지른 물과 같다. 뱉은 말로 인한 피해자와 사회 구성원들의 상처는 영원한 흔적으로 남는다. 과거에 썼던 글이라 하더라도, 표현을 세탁한다고 해도 결코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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